"큰 눈 온다는데 어린 아이들 쉴 곳도 없어"
"당장 아이들을 쉬게 해줄 곳이 없어요" 지난 21일 뉴저지주 에지워터의 '아발론'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초대형 화재.100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이번 사고에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겪은 사람은 4살짜리와 생후 한 달도 안 된 두 딸을 키우는 엄마 김모씨였다. 화재 당시 산후 조리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로 아파트를 빠져나오지 못했던 김씨는 경보가 울린 지 30여 분이 지나서야 소방관들의 도움을 받아 시어머니와 함께 연기로 가득한 건물에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화재 진압 후 에지워터 소방국은 연기에 휩싸인 아파트 속에서 4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는데 바로 이들이다. 김씨는 "평소 워낙 자주 화재 경보가 울려 처음에는 큰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또 창밖을 보니 소방차 3대가 와 있긴 했지만 큰 소란이 없어 괜찮다고 여겼다"며 "그러다 집 안에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고 뭔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 시어머니와 함께 급히 아이들을 챙겨 나가려는데 마침 소방관들이 들어와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후 지인의 집에서 뜬눈으로 사흘 밤을 보낸 김씨는 토요일인 24일 남편과 함께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재민 지원센터가 마련된 에지워터 커뮤니티센터를 찾았다.정부나 커뮤니티의 지원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산후 조리도 필요하고, 아이들과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처럼 이재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숙소였다. 새 집을 바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편하게 먹고, 씻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아쉬운 상태다. 유학생인 성별남씨는 "방학 기간 한국의 집에 다녀오느라 세입자 보험 연장을 못 했는데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화재가 발생해 지원을 받을 길이 없다"며 "적십자사가 제공한 호텔이 25일까지인데 갈 곳을 찾지 못해 막막하다"고 밝혔다. 한 피해자는 "26일 큰 눈이 온다고 해서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또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새 집을 구하더라도 가구나 가전제품,주방기기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이들은 기프트카드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바라고 있다. 이재민들은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한 한인은 "11년 전 이곳으로 이사와 딸을 낳고 계속 살았다"며 "고향 같은 집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딸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한인 이재민들은 피해자들의 어려움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한 피해자는 "도움을 주려는 이들은 많지만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지원 정보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소실된 미국여권,영주권,운전면허,소셜시큐리티카드 재발급 등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인들이 많았다. 기자가 현재까지 나온 각종 대책 등을 설명하자 대피소에 있던 한인 10여 명이 다가와 귀를 기울이는 등 정보에 목말라했다. 도움을 주려고 대피소를 찾은 한인들은 이재민들과 대화하며 이 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24일 오전 방문한 팰팍의 한식당 '소문난집'측은 "음식을 제공할 생각에 찾았는데 실상을 보고 숙소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갈 곳 없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숙식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팰팍 킹사우나도 타운정부를 통해 500장의 입장권을 전달했다.이종철.크리스 정 팰팍 시의원은 이날 대피소를 찾아 "이재민들이 씻을 곳도 마땅치 않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우나 측이 입장권을 마련했다며 전달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홀리네임병원 코리안메디컬프로그램(KMP)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초기 진단을 무료로 제공해주기로 했다. 크롬베이커리와 진고개잔치집은 각각 23일과 24일부터 빵과 한국음식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서한서 기자 [email protected]